2008년 01월 21일
이상형
1월 20일 일요일 맑고 추움
어제 간만에 만난 친구가,
"내가 전에 이제는 남자의 돈, 외모, 학벌 중에 딱 돈 하나만 기준으로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정말 딱 돈만 많은 아저씨랑 만나보겠냐고 주선이 들어오지 않았겠니. 근데 막상 현실로 부딪히고 보니 내가 참... 아직도 욕심을 못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XX대를 졸업했다는 말을 딱 듣는 순간, 아니 내가 어떻게 그런 남자랑!! 이렇더라니깐. 나도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은 줄 몰랐어... 아니 그래도 최소 OO대는 되어야 하지 않겠니, 응?"
... 등등 이야기를 하길래, 하나도 안 웃긴 이야기를 맞장구랍시고 술술 풀어놓은 아니스씨. 어쩌자고 그런 멍청한 소리들을... 자괴감에 하룻밤을 시달렸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실은 그런 부분들이 너무 역겨워서 한국에서 대학 다닌 사람과는 아예 만나고 싶지 않단다. 나도 모르게 그런 세상을 잣대를 들이댈까봐.' 다. 좀 더 비밀을 말해볼까? 내 꿈의 이상형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일하는 사진작가다. 오지의 동물 촬영에 미쳐 집에 머무는 시간은 1년 365일 중에 36일도 채 안되는 사람. 그래서 남은 330일은 내내 그리워하고 생각나게 할 수 있는 사람. 흠흠, 여튼 적어도 이런 속물적인 부분을 스윽, 간단히 넘어설만큼 희귀한 (순정만화책같은?) 타입. 뭐, 너무 가능성 희박한 이상형 아니냐구? 그럼 또 다른 이상형을 말해볼까? 아주아주아주 평범하고 착한 회사원이면 좋겠다. 생긴것도 그냥 보통, 체격도 보통, 월급도 보통, 학벌도 보통, 아주 보통의, 보통의 삶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조용하게 살 수 있는 사람.
근데 불행히도 작고 평범한 삶을 살면서 멋진 남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 말 역시 나와 아주 다른 사고를 가진 이 친구--그러나 그런 엘리티즘과 부르주아 속물성이 결합된 생각을 애써 위장하지 않는 솔직함과 쾌활함 덕에 어쩐지 싫어할 수 없는 --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
# by | 2008/01/21 07:02 | 잡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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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다'는 것. 이 땅에서의 쿨함은 다른 의미로 많이 쓰이죠. 특히 성적인 개방으로.
아무래도 너무 안간힘을 써서 얻은 평범이라 별로 멋져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인간관계에 가장 절실한 말일거란 생각을 합니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서로를 이퍼센트도 모르는 사이에서,
친구 아닌 친구, 그런 두사람이 만나게 될때
어색한 적막을 깨고 공통분수를 마련하고자 애쓰는 와중에
꺼내는 화두들은 대개 아주 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렿게 끝나게 되죠.
내공이 필요한 깊숙한 이야기들은
그래서 오래 묵은 친구들, 지인들의 특권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너무나 우연히 섬도시에서 마주친 동기,동문인지라
억지로라도 시간을 쪼개 서너차례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는데.
백만년에 한번쯤 들르던 이곳에 간만에 왔다가
가슴이 헛헛해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