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2일
결혼 시장의 룰
"따지고 보면 의사, 변호사가 열쇠 3개 요구하는 걸 탓할 일만은 아니지. 그걸로 평생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다면 작은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
"게다가 혼수요구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 있는데, 대신 남자는 집 사잖아. 암만 혼수 많이 해봐야 집값에 대겠어?"
E대 여성학과 나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 말이 그 사람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아니 내가 말하는 것은 열쇠 3개와 평생 의사/변호사 부인으로 떵떵거리면서 사는 생활, 혹은 집과 많은 혼수의 공식이 서로 이퀄(=) 관계가 아니라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나조차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라던가 하는 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결혼'시장'의 룰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다는 것은 그 '시장'의 존재 및 그 타당성을 전제하고 긍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근데 이른바 페미니스트라는 사람이 이런 결혼 제도가 내포한, 인신매매에 가까운 그 치졸한 상업성, 계산, 물밑 장사의 속물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대체 왜 여성학을 배우는 거냐고. 투덜투덜
# by | 2007/12/02 21:54 | 잡담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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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아무리 거창하게 포장하고 의식적으로 치장한다고 해도 근원에는 '돈'과 '잘 먹고 잘 살자'는, 결혼도 '거래'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천박한(?) 자기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할까요.
이성관계에 있어서 최소한의 설레임과 긴장감은 사실 상대의 물적 조건을 향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착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는 포괄적이고 유용한 포장지군요.
'그런 나는?'이라는 질문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저도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그 대학의 특수한 환경(IMF이전부터 장래희망이 의사 부인이라던가 하는 말을 해도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경)을 고려해볼 때 결혼문화에 유착된 억압적인 요소가 '거래'라는 유피미즘(euphemism)로 당연히 받아들이는 세상에 순응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수도 있겠군요;;;
페미니즘 자체가 스펙트럼이 워낙에 넓은걸요.
다만 애니스 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노동운동이나 페미니즘조차도 계급 위에 있지 않으면 먹히지 않는 사회라는데서 문제가...
그리고 제가 보기엔 결혼시장의 룰을 긍정한 사람이라기보다 세상의 룰을 결혼시장의 룰로 대입시키는 분처럼 보이네요 -_-
아니스님 글은 재미있어서^^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렇게 쌓인 아니스님의 생활을 엿보니 문득 그리움이~~^^
윗글에 대해 짤막하게 의견을 달아보자면,
아니스님은 저 말 자체도 그렇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E대 여성학과'를 나온 지성인(?)이라는 데 더 충격 받으신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적당히 영리하고 적당히 속물적인 사람이라서 본인 말대로 결혼 시장에서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하려고 'E대 여성학과'를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많이 듭니다.
현실에서 태연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저렇게 날것으로 맞닥뜨릴 때마다 놀라고 슬픈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맞아요. 여성학과 (그것도 대학원) 씩이나 나왔는데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나 라는 충격 같은 거죠. 한가지 이 분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인용한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분은 세간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인간들은은 여자편만 든다," 는 이미지와는 달리 남녀간 혼수예물에 대한 공평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던 중이거든요. 결혼준비기간 중 벌어지는 온갖 물밑 거래에서 마치 여성만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잘못된 거다, 뭐 이런 식으로. ㅎㅎ 게다가 외국에서 학부를 다녀서 특별히 그런 생각으로 E대를 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랬으면 여성학과 갔겠어요? ㅎㅎ 오히려 모르고 갔다가 그 학과 내에 흐르는 파시즘, 약삭빠름 같은 것에 학을 뗐죠. 게다가 저보다 나이 많은데 아직 결혼 안하셨습니다. 보수적이고 비타협적인 타입에 가까워요. ^^